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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만드는 명함 - 5
    하루치지혜 2025. 6. 25.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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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작은 원고료, 큰 용기

    평생 남의 기획서를 쓰고 자료만 정리해왔는데, 어느 날 지역 커뮤니티지에 내 글이 실렸다. 원고료로 받은 소정의 상품권보다 더 값진 건, 내 이름 아래 실린 글 한 줄이었다.

    누군가 내 이야기에 공감해준다는 사실이 그렇게 큰 위로일 줄 몰랐다. 글을 쓰는 동안 나는 나를 가장 솔직하게 마주했다. 작은 시작이지만, 그 용기가 나를 앞으로 이끌어줄 것 같았다.

     

     

    14. 이웃과 함께 여는 프리마켓

    토요일 아침, 동네 작은 공터에서 열린 프리마켓에 참가했다. 내가 만든 캔들과 조그만 손수건을 접어 늘어놓았다. 처음엔 좀 쑥스러웠지만, 이웃분들이 하나둘 웃으며 다가오셨다. “직접 만드셨어요?” “이 향 너무 좋네요.” 그런 말 한마디가 어찌나 힘이 되던지.

    젊은 시절엔 회사 이름 뒤에 숨어 일했고, 퇴직 후엔 나를 드러낼 일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 캔들에 담긴 내 손길이 누군가에게 가 닿는 걸 보면서 ‘나도 아직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잘 팔고 안 팔리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내가 다시 사람들과 어울려 웃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15. 내 이름으로 다시 쓰는 명함

    며칠 전, 프린터 앞에 앉아 조심스레 새로운 명함을 만들었다. 이름 아래엔 ‘작은 글을 쓰고, 캔들을 만드는 사람’이라 적었다. 회사 로고도 없고 직함도 없지만, 참 따뜻하고 자유로운 한 장이었다. 오랜 시간 ‘어떤 회사에 다니는 누구’로 살아왔던 나는, 이제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누구’가 되기로 했다.

    명함 한 장이 또 다른 시작을 알린다. 구겨지지 않게 곱게 지갑에 넣었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건넬 날이 오겠지. “안녕하세요, OOO 입니다.” 그렇게, 내 인생의 후반전을 조금 더 따뜻하고 솔직하게 살아가고 싶다. 타이틀이 아닌 나의 이름으로 말할 수 있게 된 지금이,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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