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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만드는 명함 - 3
    하루치지혜 2025. 6. 2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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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혼자 간 극장에서 울다

    개봉한 지 오래된 영화였지만, 아무도 없는 낮 극장에 혼자 앉아 봤다. 어쩌면 눈치 보지 않고 울고 싶었던지도 모른다. 주인공이 조용히 무너질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졌다.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마음껏 울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 치유가 될 줄 몰랐다. 퇴직 후 꾹 눌러뒀던 감정이 스크린을 통해 흘러나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눈가는 퉁퉁 부었지만 마음만큼은 가벼웠다.

     

    8. 딸아이의 문장에 울컥하다

    “엄마, 요즘 얼굴 좋아졌어.” 딸아이가 툭 던진 말이 마음을 흔든다. 퇴직한 날엔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딸이, 이제는 내가 웃고 있다는 걸 말해주는 것이다.

    그날 밤, 딸이 보내준 카톡 메시지를 다시 읽었다. “엄마, 이제 엄마 인생 살아도 돼.” 말끝이 울컥해서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나는 항상 엄마였고, 회사원이었고, 누군가의 사람이었지만, 이제야 나로 살아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기분이었다.

     

    9. 구청 앞 평생학습관 입학식

    오랜만에 설레는 마음으로 구청 앞 평생학습관을 찾았다. 작고 따뜻한 강의실, 이름표가 붙은 책상, 그리고 나와 비슷한 또래의 수강생들. 나이 들어 배우는 기쁨은 ‘더딜 수는 있어도 즐겁다’는 걸 알려줬다.

    처음 듣는 내용에 머리가 버벅거려도, 그 과정을 즐기는 내가 신기했다. 누가 나이 들면 새로움을 포기한다고 했던가. 나는 지금 배우는 중이다—사람들 사이에서 나를 다시 소개하고, 낯설지만 설레는 단어들과 친구가 되는 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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